며칠 전, 아파트에서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양손 가득 분리수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쓰레기장으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참새 한 마리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벽에 부딪히며 계속해서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순간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크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거의 1.5미터 높이에서 굴러떨어지듯 넘어진 바람에
어깨와 무릎에 강한 통증이 몰려왔고,
한동안은 앉아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이 정도면 뼈라도 다쳤겠다 싶었는데,
다행히도 큰 부상은 없고 찰과상 정도에 그쳤습니다.
‘아…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오늘 크게 다칠 뻔했어”라며 상황을 이야기하자,
아내도 놀라며 깊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렇게 물었습니다.
“근데… 그 참새는 어떻게 됐어?”
저는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 참새를 아파트 출구 쪽으로 살살 유도해서
밖으로 내보내 줬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너무 다행이다,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참새 때문에 넘어져 다쳤는데도
화내지 않고 일부러 신경 써서 내보내 줬다는 게
고맙고 기특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문득 그 상황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나는 왜 그 참새를 굳이 내보내 줬을까?’
사실 제가 크게 넘어졌을 때,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아… 우리 제이를 안고 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당시 제이는 생후 9개월 된 아이였고,
그 계단은 제가 아이를 안고 산책을 다닐 때
늘 오르내리던 계단이었습니다.
만약 그날, 제이를 안고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넘어진 이유를 가만히 되짚어보면,
걷다가 한눈을 팔았고,
운동화 끈도 제대로 조여 매지 않았고,
요즘 들어 운동신경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언젠가는 한 번쯤 넘어질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를 안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와…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마음 깊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던 길에,
아마도 저는 그래서
그 참새를 좋은 마음으로 밖에 내보내 줬던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표정이 너무 좋아졌어요.”
“얼굴이 정말 편안해 보이세요.”
사업을 하며 살아오는 동안
저는 늘 예민했고, 신경질적이었고,
그 누구보다도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스스로도 잘 모르게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매사에 감사한 일을 더 먼저 떠올리고,
부정적인 상상보다는 긍정적인 그림을 더 자주 그리게 되었고,
사람을 만나도 단점보다 장점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제가 일부러 노력해서 만든 것도 아니고,
분명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언제,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는지는 저조차도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감사하며 사는 삶’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하며 살기’라는 것이
의식적으로 마음먹어야만 가능한 일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 삶의 태도로 스며드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어떤 계획이나 의도를 가지고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이 마음을 갖게 되는
분명한 방법이나 공식 같은 것이 있다면,
정말로 주변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방법을 모르니,
그저 조금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습니다.
만약 ‘감사하며 사는 태도’가
억지로 만든 다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삶의 모습이 된다면,
그것은 정말 큰 장점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삶은…
결국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