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습니다. 당시 가게 사장님은 제게 참 좋은 분이었고 제가 힘들 때 먹을 것도 넉넉히 챙겨주시던 분이었습니다.

(사진과 장소는 무관합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그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사이 가게 사정이 많이 어려워진 겁니다.
몇 달간은 별 탈 없이 월급이 나왔는데, 언제부턴가 월급 날이 조금씩 밀리더니 결국 두 달 치 월급이 밀린 뒤에
사장님은 이제 그만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다음 달에는 밀린 돈을 꼭 챙겨주겠노라 하셨지요.

저는 그 후 손님으로 가게를 자주 찾아갔습니다.
헌데, 사장님은 제가 오는 걸 점점 불편해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아마도 월급을 못 받은 알바생이라 마음이 쓰이셨던 거 같습니다.
저도 넉넉지 못한 대학생 신분이었지만, 사장님은 제가 어릴 적 너무나 잘 챙겨주셨고 일하는 동안도 참 즐겁게 일했던 터라 어려운 결심을 하고 사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 저 힘들 때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저 안 주신 월급은 그냥 장부에서 지우세요. 저 안 받아도 됩니다.”

저는 진심으로 안 받을 생각으로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사장님은 아니라고 거듭 손사래를 치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뒤로도 거의 매일같이 가게에 들러 친구를 만나고 일했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저를 따로 부르시는 겁니다. 꽤나 불편한 표정으로 제게 물어보셨어요. “너 월급 못 받았다고 애들한테 이야기하고 다니니?”
그랬습니다. 저는 그 돈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 돈을 주지 못한 사람은 그 상황 자체가 상당히 불편했던 겁니다.
그 말을 들은 후로는 저도 그 가게에 놀러 가지 못했습니다.
3개월쯤 지났을까요? 그 일을 잊고 지낼 때쯤 제 통장에 밀린 월급이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다가오는 스승의 날 선물을 사 들고 가게에 놀러 갔습니다.
다시 점장님은 저를 반갑게 맞아 주셨고, 저도 아무런 부담 없이 놀러 갈 수 있었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못 받은 사람보다 못 갚은 사람이 떠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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