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책과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1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한 수준이었죠.
그러다 20대 중반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책을 들게 된 건지, 책을 읽다가 사업을 구상하게 된 건지 순서는 흐릿하지만, 분명한 건 그 시기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엄청난 다독가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대략 200권 정도 읽었을까요? 20대 때는 열정적으로 1년에 10~20권씩 읽었는데,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1년에 4~5권을 겨우 읽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적은 독서량 속에서도 저만의 확고한 기준 하나가 생겼습니다. 바로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걸러내는 기준입니다.
여러 사람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를 모아놓거나, 유명 인사와 권위자들의 핵심 생각만 요약해서 나열한 책들은 읽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나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들지 않고, 여러 주제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뷔페식으로 나열한 글을 읽을 때면
마치 수십 가지 과일을 앞에 늘어놓고 냄새만 맡는 기분이 듭니다. ‘음, 오렌지는 상큼한 냄새가 나네.’ ‘사과는 향긋하군.’ 하며 정작 과일의 진짜 과육은 맛보지 못한 채 겉만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랄까요.
유명인들의 명언 모음, 인터뷰 모음집 같은 책들… 이런 류의 책을 지금까지 4권 정도 읽었는데, 아직은 단 한 번도 영양가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4권 중에 단 한 권이라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면 아마 더 많은 인터뷰 형식의 책을 찾아 읽었을 텐데, 제가 운이 나빴던 건지 꽤나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들이었음에도 저에게는 그저 그랬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훌륭한 사람의 깊은 사상을 책 한 권에 통째로 담아내도 그 사람의 역사와 고뇌를 2%도 흡수하기 힘든 법인데, 고작 몇 줄의 요약이나 몇 장의 인터뷰만으로 그 깊이를 내 것으로 만들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일지도 모릅니다.
여러 과일의 냄새만 맡고 다닐 바엔, 차라리 하나의 과일을 제대로 씹어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혹시 인터뷰 형식의 책 중에서 정말 괜찮았던 책이 있다면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운이 나빠서 하필 별로인 책들만 골랐을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 한 권이라도 훌륭한 책을 발견한다면 제 편견이 깨지고 선택지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 또 한 번 인터뷰 모음집 읽기에 실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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