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입사 취업에 비전이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 중소기업에 입사한다면, 과연 미래가 있을까요?
대기업은 높은 연봉, 번듯한 명함, 안정적인 복지까지 갖추고 있으니
누가 봐도 중소기업보다 중견·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중소기업을 선택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기업에 비해 아무런 비전도 없는 길을 걷고 있는 걸까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해,
제가 직접 겪었던 중소기업의 기회와 가능성은 충분히 긍정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쩌면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자기만족 엄청나네” 하고 웃을 수도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 또한 일종의 자기합리화이자 자기만족이라는 사실을 저 역시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내가 가진 단점을 붙잡고 고민하는 것보다,
이미 가진 장점을 키우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이 더 가치 있다
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도 끝까지 이어가 보려 합니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좋아서 이 길을 선택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경우, 선택의 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연봉과 대기업 연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돈의 크기’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장단점 비교에서 잠시 접어두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선배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분명 안정성과 보상 면에서는 대기업이 주는 장점이 큽니다.

하지만 그 커다란 조직 안에서는
개인의 변화와 성과가 곧바로 결과로 이어지기는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승진조차 개인의 성과보다
‘정해진 시간’과 ‘연차’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구조,
내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내 위에 있는 선배가 언제 승진하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그 안에서 내 선배는 또 그 선배의 선배의 성과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이처럼 대기업은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흐름에 강하게 묶이는 구조 속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조직이 작다 보니 개인의 성과가 훨씬 더 쉽게 드러납니다.
사장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소기업의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임원으로 발탁되는 일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대기업에서는
그 조직의 문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그 문화에 잘 맞춰 적응하는 능력 역시 중요한 ‘스펙’이 됩니다.
좋게 말하면 조직 적응력이고,
조금 부정적으로 말하면 눈치와 인간관계 능력이 경쟁력이 되기도 합니다.

중소기업 역시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같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문화에 적응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거대한 고래는 방향을 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작은 물고기는 필요할 때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성장성’**입니다.

작은 기업이 1~2년 사이에
10배, 20배씩 커지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장 속도입니다.
이렇게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에는
조직 내부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이 갑자기 늘어나고,
조직 체계가 다시 짜이게 되며,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빠른 승진과 역할 확대의 기회가 열리기 쉽습니다.

회사의 구성원들을 보면 보통 이렇게 나뉩니다.

  • 능력은 있는데 성실하지 않은 사람
  • 성실하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

능력도 없고 성실하지도 않은 사람은
입사 자체가 어렵거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조직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반대로 능력도 있고 성실한 사람
회사가 성장하는 시기에 그 존재감이 크게 빛을 발합니다.

작은 팀의 리더가 되거나,
임원으로 성장할 기회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서는 아무리 능력 있고 성실해도
눈에 띄기조차 쉽지 않고,
운 좋게 눈에 띄더라도
이미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선임자와 후임자의 구조 속에서
내 위치가 크게 바뀌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중소기업은 불안정하고, 언제든 망할 수 있는 직장 아니야?”

맞는 말입니다.
중소기업은 10배, 20배 성장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언제든 어려워질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망하면, 과연 직원인 내가 망하는 걸까요?
회사가 망하는 것은 회사와 오너, 그리고 주주입니다.
직원은 그저 이직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다시 겪게 될 뿐,
회사의 모든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존재는 아닙니다.

반대로,
운 좋게 크게 성장하는 중소기업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면,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커리어와 위치가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모두에게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대기업이 사람에 따라 더 잘 맞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중소기업 취업에도 충분히 ‘비전’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비전은 안정이 아니라 성장에 가까운 비전이고,
속도가 느린 대신 기회가 많은 비전이며,
주어지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비전에 가깝습니다.

어떤 길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너무 일찍 포기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