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죄는 결국 되돌아온다는 말의 의미

“지은 죄는 다 돌려받는다”
이 말에 대해 예전엔 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근거로 가능한 말이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최근 몇 차례의 일을 겪으며,
비로소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구나 하고 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저는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경영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첫 학기를 마칠 무렵, 저는 결혼을 했고
아내의 뱃속에는 새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부부는 말 그대로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될 즈음,
아내의 뱃속에 있던 아이는 결국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아내가 유산을 한 것입니다.

그 후 며칠 동안은
아내도, 저도 그 슬픔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내 곁에 집중하기로 했고,
결국 대학원 2학기는 휴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뒤,
저는 다시 복학을 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학교에 돌아왔지만,
그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학교 회식 자리에서,
교수님이 제게 막걸리 한 잔을 따라주시며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이 대표, 먹튀했다더니 다시 돌아왔네? 하하.”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습니다.
“교수님, 제가 먹튀를 했다는 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때 들은 대답은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결혼해서
축의금만 받고 학교를 그만둔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그 학기에 복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평생 동문들 기억 속에서
‘먹튀한 사람’으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된 뒤에야
동문들은 상황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 소문의 시작에는 항상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늘 누군가의 뒷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사람,
어디를 가든 부정적인 소문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동문들 대부분은
그 사람의 입을 통해 한 번쯤은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를 분명히 느꼈습니다.
뒷담화의 주인공보다,
뒷담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인격이 더 큰 문제라는 것
을 말입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었을 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우리 기수에서 가장 많은 봉사를 맡아왔던 한 원우가
마지막 학기에 장학금을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대학원 생활 내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를 도맡아 했고,
누구 하나 그의 장학금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장학금 수여 당일,
그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늘 악의적인 소문만 퍼뜨리던 그 원우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순간 강당 안은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반응이 쏟아졌고,
이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원우는 단 한 번의 봉사도 하지 않았음에도
교수님을 찾아가 사정하며
장학금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결국 그는 석사 졸업식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고,
유일하게 동문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그 순간이
사실상 가장 명예롭지 못한 졸업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사건도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한 청년의 브랜드에 투자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청년은 개인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사람의 능력을 믿고 우리는 다시 기회를 주었습니다.

투자 이후 어느 정도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그는 수익을 숨긴 채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렸습니다.
수차례 전화, 메시지, 메일을 보냈지만 끝내 응답은 없었고,
결국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소송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그 청년이 사문서를 위조해 수익을 빼돌린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이미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수많은 채권자 명단을 보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선택이 바로 그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죄를 지으면 결국 돌려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말입니다.

한 번의 실수는
운이 좋다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충분히 만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방식 자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죄는 보이지 않게 차곡차곡 쌓이고,
그 무게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마치 댐이 무너지듯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자기 인생으로 되돌아옵니다.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가로챘던 그 원우도,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아왔다면
그 한 번의 일로 완전히 매장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신뢰는 쌓이면 쌓일수록,
나를 지켜주는 ‘댐’과 같습니다.

작은 실수 몇 번으로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이 반복되어 누적되면,
그 댐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