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믿는다라는 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leesang_jun/221211797388
짧게 요약하자면 우리가 믿는다라고 말하는 대상은, 사실 우리가 의심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굳이 믿는다라고 표현하지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땅끝에 가면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냥 안다고 합니다. 굳이 땅끝에 바다가 있음을 믿습니다!라고 외치지 않죠.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지구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 역시 안다고 하지, 믿는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거나, 어딘가 의심스러운 것들을 이야기할 때 비로소 믿는다는 표현을 씁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믿음이라는 단어 속에는 이미 의심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믿다라는 단어는 밀다라는 의미와 아주 유사하다고요.
저는 그 말이 신선해서 믿다의 어원이 정말 밀다에서 온 건지 이것저것 뒤져봤습니다. 비록 정확한 어원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지만, 곱씹을수록 믿는다는 건 밀어준다는 것과 본질적으로 아주 닮아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믿어 준다는 것은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묵묵히 밀어주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를 계속해서 밀어준다는 건 엄청난 힘과 체력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를 계속 믿어주는 일 또한 그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지금 당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나요? 누군가가 당신을 끊임없이 믿어주고 있다면, 그 사람이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면 뒤에서 당신을 밀고 있는 그 믿음은 결국 지쳐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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