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시절, 제가 참 존경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사실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었죠.
제가 그 친구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 이유는 그가 가진 독특한 대화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신나게 떠들다가 명백히 틀린 이야기를 해도 절대 말을 중간에 끊는 법이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듣다가 아니다 싶으면 아, 형. 그게 아니고 그거래… 하면서 말을 자르고 치고 들어오기 마련인데 말이죠.
하지만 그 친구는 제가 틀린 정보를 가지고 끝까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답답하지도 않은지 묵묵히 들어줍니다. 제 입에서 서술어가 나오고 문장이 끝나고, 심지어 그 뒤에 한 박자를 더 쉬고 나서야 비로소 입을 뗍니다. 형, 그런데 그건 결국 이렇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때는 틀린 이야기를 끝까지 침 튀기며 말한 제 자신이 민망해질 정도였지만 동시에 끝까지 들어주는 그의 인내심에 절로 존경심이 생기더군요.
두 번째로, 저에게 정보를 줄 때는 절대 가르치려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팩트를 전달할 때조차 이거 아닐까요? 라며 마치 제 의견을 묻는 것처럼 정보를 건넸습니다.
하물며 명백한 정답이 있는 수학 계산이 틀렸을 때도 형 틀렸어. 다시 해봐가 아니라 형, 그 계산은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요? 라며… 이게 나한테 알려주는 건지, 나한테 물어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애매하게 말해줍니다.
그 친구의 물어보듯 알려주는 말하기 습관은 언제나 못난 형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지켜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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