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가장 정확한 곳 같지만 내가 은행을 믿지 않는 이유

우리는 관공서보다 은행이 더 정확하고 꼼꼼하게 일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은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정확한 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래의 모든 사건은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로, 은행이 얼마나 부정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주거래 은행이라고 무턱대고 믿었다간 얼마나 큰코다칠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1. 입금한 금액이 200만 원이나 차이가 났던 사건

제가 24살, 갓 제대했을 무렵이었습니다. 비 오는 어느 일요일, 어머니께서 현금 약 1,600만 원 정도를 은행 ATM기로 입금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현금이 너무 큰 액수라 저를 보디가드 삼아 함께 가셨고, 어머니와 저는 세 대의 ATM 기계를 나눠 잡고 100만 원짜리 다발 16개를 하나씩 입금하고 있었습니다.

현금 1,600만 원을 입금하는 건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고, 입금이 다 끝났을 때 어머니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셨습니다. 그런데 통장을 보시던 어머니가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리시더니, 어? 왜 금액이 안 맞지? 이러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확인해 보니 저희는 분명 1,600만 원이 넘는 돈을 넣었는데, 실제 잔고에는 1,400만 원 정도만 찍혀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계산을 잘못하신 거 아니냐, 설마 은행 기계가 틀리겠냐고 했지만 어머니는 1~2만 원도 아니고 정확히 200만 원이 빈다고 하셨습니다.

혹시나 해서 현금을 담아왔던 종이봉투 속, 돈다발을 묶었던 노란 고무줄을 세어봤습니다. 정확히 16개가 있었습니다.

일요일이라 창구 직원도 없고, 콜센터에 전화했더니 외주 보안 요원이 도착했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사정을 설명했더니, 뭐가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월요일에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당장 해결이 안 되니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하시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월요일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은행 앞에 서 계셨습니다.

월요일 아침, 어머니 혼자 은행에 가셨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사정을 설명했지만, 은행 측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며 어머니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억울해서 거의 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셨고, 결국 지점장실까지 들어가 설명했지만 어머니 말씀으로는 당신을 미친 사람 취급했다는 겁니다. 거의 한 시간가량 전산 착오인 것 같다고 호소했지만, 은행은 어머니를 진상 고객 대하듯 막대했다고 합니다.

그때 지점장이 뱉었다는 말은 지금까지도 제 뇌리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CCTV를 봤더니 아들이랑 같이 입금하던데, 아들 직업이 뭡니까? 아들 방 한번 뒤져보세요. 하…

어머니는 계속 예의 없는 고객 취급을 받으며 울분을 토하고 계셨고, 직원들이 어머니를 말리는 와중에 한 은행원이 급히 지점장실로 들어왔습니다. ATM 기계 6대 중 2대가 고장이었는데, 지금 오류를 잡았더니 기계 안에 돈이 100만 원씩 걸려 있었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실 뻔했다고 합니다. 돈을 찾았다는 안도감과, 은행원들에게 받았던 모욕감이 한꺼번에 밀려와서였겠죠. 어머니는 집에 오셔서 바로 자리에 눕으셨고, 학교에서 돌아온 저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저는 제 방을 뒤져보라고 했던 그 지점장의 말을 전해 듣고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곧바로 금융감독위원회에 있었던 모든 일을 상세히 적어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틀쯤 지났을까요. 은행 대리가 집으로 찾아와 잠시 뵙고 싶다며 정중히 사과했지만, 저도 어머니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에는 부지점장이 찾아와 도자기 세트가 든 상자를 내밀며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위원회에 올린 글 좀 내려달라고 사정을 하더군요. 그 글 때문에 감사가 나올 수 있다며 곤란해하길래, 그제야 저는 올렸던 글을 지워주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입금하기 전 반드시 현금을 세고, 입금 후에도 숫자를 재차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2. 회사 잔고 3,585만 원이 증발했던 사건

몇 년 전, 회사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거래처로부터 3,585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니 입금이 확인되었습니다. 저는 사무실로 돌아와 경리 직원에게 ** 거래처에서 3,585만 원 들어왔으니 장부에 기록해 두라고 했습니다.

몇 분 뒤 직원이 저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대표님, 아까 3,585만 원 입금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 입금되는 게 아니라 이미 입금됐으니까 기록해 두시면 돼요. 아… 그런데 입금된 게 없는 거 같은데요…

저는 무슨 소린가 싶어 직접 은행 앱에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잔고에서 3,585만 원이 정확히 부족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3,585만 원이 입금되었던 기록은 있는데, 그 돈이 그대로 다시 출금된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깜짝 놀랐습니다. 뭐지? 해킹당했나? 분명 입금된 걸 내 눈으로 봤는데 왜 다시 빠져나갔지? 처음에는 해킹을 의심하다가 나중에는 혹시 내부 직원의 소행인가 의심하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은행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따졌지만, 은행에서는 자기네는 모르는 일이라며 입금한 은행 쪽에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처음에 입금한 ** 은행에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거기서 우리 통장으로 입금했다가 바로 출금해 갔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아~ 저희 직원이 실수를 해서요. 그 돈 다시 입금 처리 해드릴 거예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겁니다. 저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은행 직원이 실수한 거랑 우리 회사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따졌습니다. 그 순간 3,585만 원이 다시 입금되더군요.

알고 봤더니 거래처에서 수표로 입금했는데, 은행 직원이 실수로 현금 입금으로 전산 처리를 했다가 나중에 실수를 깨닫고 우리 통장에서 돈을 뺀 뒤 기록을 수정해서 다시 넣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남의 통장에서 돈을 빼야 한다면 당연히 예금주인 회사에 양해를 구하거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 하나 없이 은행 마음대로 돈을 넣었다 뺐다 한 것입니다.

금전적 손해는 없었지만, 그 1시간 동안 우리 회사는 해킹이니 횡령이니 하며 난리가 났었습니다. 더 화가 나는 건 은행 태도였습니다. 자기들은 업무상 그럴 수 있다는 식이었죠. 저는 어떻게 남의 통장을 마음대로 손대냐고 따졌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잘잘못을 가리겠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은행에서는 정식으로 사과문을 보내왔습니다.

3. 주거래 은행이라고 믿었다가 뒤통수 맞은 사건

회사를 창업한 지 만 10년이 되었습니다. 사업할 때는 한 우물만 파는 게 유리하다는 말만 믿고, 10년 동안 A은행만 고집했습니다. 입출금 통장은 물론이고 전 직원 급여 통장, 제 개인 통장, 법인카드, 개인카드까지 모든 금융 거래를 A은행에 몰아줬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주거래 은행 덕분에 이득을 본 기억은 딱히 없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부동산 매입 건이 있어 6억 5,000만 원 대출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10년 지기 A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중개를 하던 공인중개사가 B은행도 한번 알아보라고 권유하더군요. 저는 B은행에는 개인 계좌 하나 달랑 있고 거래도 거의 없는데, 10년 VIP 대우를 해주는 A은행이랑 비교가 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두 은행의 대출 금리를 받아보니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거래가 거의 없던 B은행의 대출 금리가 A은행보다 훨씬 저렴했던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10년을 거래했던 A은행 직원은 상담 내내 건성건성 대답했는데, 오히려 B은행 직원은 초면인데도 상당히 상세하고 젠틀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결정적으로 A은행 직원이 대출 계약서 쓰자고 전화가 왔길래 지금 B은행 조건이 더 좋아서 고민 중이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화를 내는 겁니다. B은행이랑 이야기 중이시면 왜 저한테 금리 견적 받았냐며, 부지점장이라는 사람이 짜증을 내더군요. 저는 너무 황당해서 대충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나는 충실하게 A은행만 바라봤는데, 왜 B은행보다 더 비싼 금리와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했을까. 확실하진 않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이랬습니다.

나는 그동안 잡힌 고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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