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대부분은 논리이거나, 과학이거나, 혹은 수학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계산하고, 증명하고, 근거를 세우며 세상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논리와 과학, 수학이 아무리 맞아도 끝내 이길 수 없는 영역이 하나 존재합니다.
수학적으로 계산된 결과를 뒤집어버리고,
과학적으로 아무리 입증되어도 사람을 설득할 수 없는 힘.
그것은 바로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라는 힘은 생각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합니다.
종교의 영역에서는 한 사람에게 엄청난 의지와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용기와 추진력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순간에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싸움 앞에서도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믿음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나 초월적인 능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믿음은, 동시에 아주 위험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단계 사업이나 각종 사기에 빠질 때에도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이 **‘믿음’**입니다.
한 번 믿음에 빠져들면,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아무리 논리적인 설명을 해도 그 세계 밖으로 나오기가 극도로 어려워집니다.
피라미드 사기에 빠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사람은 결코 나에게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진심으로 나를 위한다고 믿으며,
말도 안 되는 구조의 사업임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끝까지 나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려 합니다.
“몇백 퍼센트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수익이 어디서 발생하는지조차 정확히 모른 채,
‘어딘가에서 분명 돈이 생겨 나에게 들어올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모든 의심을 덮어버립니다.

아무리 차분하게,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줘도
그 믿음은 좀처럼 깨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를 그곳으로 끌어들이려는 행동조차
놀랍게도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조차 쉽게 낼 수 없게 됩니다.
계산해본 적도 없고,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분명 나에게는 이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 근거 없는 확신,
그것이 바로 믿음의 힘입니다.
사이비 종교는 이 믿음을 가장 극단적으로 이용하는 영역입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에게
논리, 계산, 과학은 거의 아무 힘도 쓰지 못합니다.
한 사람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의 이유 역시
대부분은 ‘검증’이 아니라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한 번 흔들리면,
그 순간 또 다른 단어인 **‘불신’**으로 완전히 극단적인 방향으로 바뀌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피라미드 사기, 편지 사기, 각종 사기 범죄들이
종교 단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종교는 본질적으로 ‘믿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다루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믿음, 소망, 사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도
‘믿음’과 ‘맹신’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종교적 특성을 교묘하게 파고듭니다.
믿음은 분명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논리도 과학도 무력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