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드라마나 영화 같은 곳에서 종종 듣게 되는 대사입니다.
보통 이런 말은 언제 쓰이던가요? 십중팔구 누군가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살벌한 상황에서 쓰입니다.
하지만 그 진짜 유래를 파고들면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바빌로니아의 왕 함무라비는 인류 역사에 남을 법전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함무라비 법전]입니다. 그 법전 제196조를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šumma awīlum īn mār awīlim u?tappid īnšu u?appadū
“만약 사람이 귀족(높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면, 그 사람의 눈도 멀게 할지니라.”

얼핏 들으면 참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형벌이구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당시로서는 아주 평등한 법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단어는 바로 ‘높은 사람’입니다. 이 법전에 적힌 ‘높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이해한다면 그가 얼마나 현명한 왕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어느 귀족이 아이와 함께 길을 걷다가, 한 평민 아이의 실수로 그 귀족 자식의 눈을 심하게 다치게 되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귀족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그 평민 아이를 아예 사형시키려 들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500년 전 이야기니, 신분 차별이 얼마나 심한 불평등한 시대였겠습니까.
당시 귀족들의 힘이라면 충분히 아이 하나쯤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함무라비는 신분을 무기 삼아 사람의 목숨까지 뺏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해 이런 법을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높은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고 해서 가해자를 죽이는 것은 부당하다. 눈을 다치게 했다면 목숨을 뺏지 말고, 딱 그만큼 똑같이 눈만 멀게 하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함무라비 법의 본질입니다.
요즘은 이 말이 당한 만큼 독하게 갚아준다는 보복의 의미로 변질되어 쓰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평등하지 않았던 야만의 시대에 최소한의 ‘공평함’을 지키려 했던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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