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는 위로받고 싶다

20대 초반 작은 가게 장사부터 시작해 지금의 법인회사를 만들기까지 어느덧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도대체 나는 누구한테 위로받지?’

사업을 하다 보면 힘들어하는 직원, 아픈 직원들을 불러다가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고, 파이팅 외쳐주는 일은 참 많은데 정작 내가 힘들고, 내가 아플 때는 누가 나를 위로해 주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대한민국의 사장님들은, 사업가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위로받고 싶은 걸까.

  1. 갈 곳이 없다. 5년, 10년 사업에만 미쳐서 살다 보면 덜컥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어디를 가겠어? 이 나이에 남의 밑에 들어가 취직이나 할 수 있을까? 나를 받아주기나 할까? 20대 때도 그랬고, 30대 때도 그랬습니다. 나이랑은 상관없이 어디 가서 이력서 낼 용기도 안 나고, 받아줄 곳도 없을 것 같고…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바닥에서 목숨을 걸어야만 합니다. 가끔은 그게 참 허무하기도 하죠. 그래도 사업은 참 멋진 일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이잖아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대단한 일들을 해내고 있잖아요. 언젠가 내가 이 지구에서 사라질 때,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 점 하나는 찍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사실은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다. 직원들이 회식하거나 모여 있는 자리에 가면 그렇게 눈치가 보일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직원들이 사장 뒷담화라도 하고 있다면,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합니다. 괜히 좋은 분위기 깨트릴라, 눈치 없이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사장은 그냥 잠깐 들러서 분위기나 살짝 맞춰주고, 돈이나 내고 법인카드나 긁어주고 바쁜 척하면서 잽싸게 사라져 주는 게 최고입니다. 사장은 낄끼빠빠가 아니라 ‘낄빠빠빠’입니다. 낄 때도 빠지고, 빠질 때도 또 빠져야 합니다.
  3. 사장은 외롭다. 세상 모든 사장은 외롭다고 합니다. 속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시원하게 남 욕할 사람도 없습니다. 사장이라고 성인군자는 아니잖아요. 진상 손님 욕, 말 안 통하는 거래처 욕… 하고 싶을 때 많습니다. 그래도 사장 체면 차리느라 안 그런 척, 품위 있는 척… 속은 문드러질지 모르는데 말이죠.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직원들 다 퇴근한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움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4. 나도 사장은 처음이라… 사업을 여러 번 해본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내 사업이 처음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나를 오너라고 부르고, 리더라고 부르고, 대표님이라고 부릅니다. 정작 나도 이 사업은 처음이라 도저히 정답을 모르겠고 미치겠는데 말이죠. 나 혼자 캄캄한 암흑 속에 있는 것 같고, 빛 한 줄기 없는 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공포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데 모든 직원이 나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방향도 모르겠고 길도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우리가 걸어왔던 길은 언제나 옳았으니까요.
  5. 선생님이 없다. 사장이 되어 일을 하다 보면 직원들이 웬 보고서를 그렇게 많이 들고 오는지… 품의서에 지출결의서에 각종 기획안까지. 아마 모든 사장님은 ‘빨간펜 선생님’일 겁니다. 이거 왜 이렇게 했냐, 이건 빼라, 저건 지워라… ‘내가 무슨 학교 선생님이야? 왜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가르쳐야 해?’ 짜증을 내면서도 속으로는 겁이 납니다. 정작 나도 잘 모르겠고 나도 어려운데… 나는 누가 가르쳐 주나.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과거를 한번 돌이켜 보세요. 그 어려운 걸 결국 스스로 깨우치고 배워나갔잖아요. 사장님들,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6. 나는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데… 그렇게 좋아했던 직원이 회사를 그만둘 때 그렇게 아끼던 직원이 짐을 쌀 때 그렇게 열정을 다해 가르쳤던 직원이 내 곁을 떠나갈 때 꼭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한 번도 그대들을 떠나 본 적이 없는데… 왜 다들 떠나기만 할까.’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나도 언젠가 가장 최고의 자리에서, 박수받으며 멋지게 은퇴할 거라고.
  7. 나는 왜 쉬는 날이 없지? 대표는 잠을 자면서도 꿈속에서 일하고 여행을 가서도 전화기 붙들고 일하고 휴가 중에도 일하고 남들 다 쉬는 명절에도 일하잖아요. 대표는 왜 마음 편히 쉬지를 못할까요? 괜찮습니다. 대표는 언제나 일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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