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소비와 소비성 소비

소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내게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생산성 소비와
그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소멸성 소비입니다.

저는 지갑을 열 때마다 이 돈이 생산을 위한 것인지, 소멸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생산성 소비의 대표적인 예는 컴퓨터, 노트, 책, 편집 프로그램 등입니다.
이런 것들은 돈을 지불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냅니다.
100만 원을 주고 컴퓨터를 샀더라도, 그 기계로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 수익을 내거나
노트에 글을 써서 매력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유료 프로그램을 활용해 값비싼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반면 소멸성 소비는 의류, 게임, 술, 담배, 액세서리처럼
대체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소비입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성향이나 직업에 따라 흔한 소멸성 소비가 엄청난 생산성 소비로 탈바꿈하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패션 디자이너가 사 입는 초고가 명품 옷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트렌드 분석과 품질 조사를 위한 훌륭한 생산적 투자가 됩니다.
글을 쓰는 작가가 담배를 피워야만 영감이 떠오르고 글귀가 적힌다면,
그에게는 담배 한 갑조차도 글을 생산해 내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비싸고 좋은 최고사양 PC를 구매했더라도,
그저 시간 때우기용 게임만 돌린다면 어떨까요?
프로게이머나 개발자가 아닌 이상, 그 훌륭한 기계는 순식간에 무가치한 소멸성 소비로 전락하고 맙니다.

핵심은 소비하는 품목 자체가 아닙니다.
돈을 쓰는 바로 그 순간, 이것이 나에게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그저 소멸하고 말 것인지를
단 한 번이라도 치열하게 고민해 보는 태도입니다.
그 짧은 멈춤과 고민이 우리의 소비를 가치 있게 만들고, 삶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힘이 됩니다.

최근 저는 180만 원짜리 노트북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결제하기 전, 저는 이 기계가 제게 180만 원 그 이상의 가치를 벌어다 줄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그 이상의 생산성을 제게 안겨줄 것이란 확신이 섰기에,
단 한 푼도 아깝다는 생각 없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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