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럼프 겪어 보신 적 있나요? 그럴 때 다들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오늘은 슬럼프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도대체 이놈의 슬럼프는 언제 찾아오는 걸까요?
저는 한 1년, 아니면 2년에 한 번꼴로 정기 행사처럼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도 있었겠지만, 정말 ‘아, 이건 좀 견디기 힘들다’ 싶었던 첫 슬럼프는 20대 중반 직장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그때 느낌은 마치 약한 공황장애가 온 것 같았어요. 갑자기 주변 모든 사물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다들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나는 아무것도 못 해낼 것 같은 무력감에, 당장이라도 도망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죠.
그 뒤로 주기적으로 슬럼프를 겪으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습니다.
‘슬럼프, 이거 별거 아니다. 그냥 나를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다.’ 딱히 뭘 노력해서 극복하려 하지 않아도, 그냥 꾹 참고 버티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하지만 그 버티는 시간이 정말 괴롭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 기간이 평소보다 2~3배 길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심리적 압박이랑 불안감 때문에 정말 힘듭니다.

그럼 슬럼프는 도대체 왜 오는 걸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경험담이고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내가 뭔가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걸 바로바로 수습하지 못했을 때… 그때 순간적으로 자신감이 꺾이고 위축되면서 슬럼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제가 쓰는 적극적인 해결 방법이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미대 입시를 하려고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학원에서는 매일 석고상을 그리는데, 똑같은 걸 그려도 결과물은 매번 다릅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정말 지우고 다시 그려도 죽어도 안 그려지는 날이 있습니다. 집중력이 깨졌거나, 밥 때 놓쳐서 배고픈 상태로 시작했거나… 컨디션 엉망인 상태에서 억지로 그리니까 그림은 엉망이고, 그 찜찜한 기분을 안고 가니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거죠.
다음 날 밥 든든히 먹고 컨디션이 좋아도, 어제의 그 망친 기억 때문에 그림이 이상하게 그려지고 또 그걸로 고민하다 보면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이럴 땐 그냥 쉬는 게 최고지만, 그냥 멍때릴 수 없을 만큼 여유가 없다면 제가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눈 감고도 그릴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당시 저는 석고상 중에 ‘줄리앙’의 눈 하나만큼은 안 보고도 그릴 정도로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리던 거 다 멈추고 새 종이 한 장 꺼내서 줄리앙 눈만 파기 시작합니다. 너무 자신 있는 거니까 그리는 동안 완전히 몰입하게 되고, 당연히 결과물은 기가 막히게 나오죠. 그걸 보면 자신감이랑 기분이 싹 회복됩니다.

이건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회사 생활 하다 보면 슬럼프 오잖아요. 일은 꼬이고, 집중은 안 되고, 직장 동료랑 사이는 틀어지고… 내가 뭘 해도 안 될 것 같은 그런 때.
그럴 때는 내가 가장 잘하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반드시 모든 걸 잊고 미친 듯이 몰입할 수 있는 거여야 합니다.
게임이든, 외국어 공부든, 수영 같은 운동이든 상관없습니다.
‘역시 이것만큼은 내가 짱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것에 잠시동안 빠져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머릿속을 맴돌던 잡생각이나 남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점점 희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중간하게 잘하는 게 아니라 [씨#, 나 이거 존# 잘하네] 소리가 절로 나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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