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지요. 과연 그 말이 진짜일까요? 지난 15년 가까이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내린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는데 어쩌면 자리가 사람을 좀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우리를 착각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진짜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라면 ‘사람’보다 ‘자리’가 훨씬 중요한 것이니, 그 자리엔 아무나 앉혀놔도 별문제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누굴 앉힐지 결정하는 게 그토록 힘든 이유는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그 자리를 완성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종종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승진하고 나서 예전과 다른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일 겁니다. ‘와… 저 사람이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감투 쓰더니 사람이 달라졌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 사람은 원래 그 정도 그릇이 되는 사람이었는데 그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숨겨진 능력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교육으로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제가 NO라고 대답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만약 교육만으로 사람이 변할 수 있다면 똑같은 교육을 받았는데 전혀 다른 인생,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교육을 받고 눈부시게 성장하는 사람은 교육이 그 사람을 키운 게 아니라 원래 성장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 마침 그 교육이 주어졌던 것뿐이라는 겁니다.
모르는 걸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똑같은 걸 가르쳐도 결과가 천지 차이인 이유는 결국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문제라는 걸 증명합니다.
그렇다고 교육이 무용지물이라는 소리냐?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교육은 정말 필요하죠. 배우려는 자세가 된 사람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되니까요. 핵심은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한테 억지로 떠먹여 줄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기에 도대체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가 리더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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