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아들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 너 이번에도 또 금방 그만두려는 거지? 안 돼. 진짜 할 수 있어? 너 정말 자신 있어? 이번에 또 그만둔다고 하면 다시는 학원 안 보내줄 줄 알아.
전화를 끊고 씩씩거리는 친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친구 아들 녀석이 이번엔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전화를 했답니다. 그런데 친구 입장에서는 애가 분명히 한 3개월쯤 다니다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그만둘 게 뻔하다며 한숨을 쉬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 왜? 그만두면 안 되는 거야?
- 아니, 이 녀석이 지난번에는 태권도 배우고 싶다고 난리를 쳐서 보내놨더니, 딱 3개월 다니고 그만뒀단 말이야. 애가 끈기가 없어가지고… 에휴.
- 그래… 근데 그만두면 안 되는 거냐고.
- 응?
- 왜 그만두면 안 되는데? 태권도 그만두고 미술 배우는 거면 학원비가 이중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
- 아니 돈 문제가 아니라 애가 끈기가 없다는 게 문제지.
- 그게 끈기가 없는 건지, 아니면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만둔 건지 네가 어떻게 알아?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 학원 보내달라고 졸라서 다녔는데, 정확히 3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사실 첫 달 다니고 바로 그만두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며 억지로 2개월을 더 다니게 했습니다. 결국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저는 지금도 음악 시간을 제일 싫어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지겹도록 듣고 자랐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삶, 끈기 있는 태도… 참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잘못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쉽게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빨리 포기할 줄 알아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성공한 사람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까요? 성공한 사람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포기한 게 하나도 없을까요? 아니면, 성공한 사람들은 포기한 것보다 포기하지 않은 게 훨씬 더 많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수많은 것들을 포기했지만, 자신이 성공한 바로 그 분야 하나를 포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성공한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깨끗하게 포기했던 사람들입니다.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20대 때 부산대학교 미대를 다녔습니다. 입학할 때는 장학생으로 들어갈 만큼 그림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3학년이 되자 그림을 더 잘 그릴 자신이 없어지더군요. 그림으로 밥 벌어먹을 자신도 없고, 이걸로 행복할 자신도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미술을 포기했고, 대학을 자퇴했습니다. 수년 동안 제 전부였던 미술을 포기하고 장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이 금방 그만둔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어릴수록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안 맞으면 빨리 관두고, 자기 적성을 찾는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아이가 진짜 적성을 찾게 되면, 부모가 뜯어말려도 그만두지 않고 매달리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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