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있을까? 가장 솔직한 답을 합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는가’라는 논쟁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이 주제가 왜 그렇게까지 논쟁이 되는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비교적 명확한 답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업의 귀천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있기도 하고, 또 없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음식에 비유하면 훨씬 이해가 쉬워집니다.

투뿔 한우 등심구이떡볶이 중 어떤 음식이 더 맛있습니까?”
라는 질문과 매우 비슷한 구조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투뿔 한우가 떡볶이보다 더 ‘좋은 음식’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나는 투뿔 한우보다 떡볶이가 더 맛있다.”

이 주장에 대해 누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맛이라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회를 먹을 때 이런 말도 듣습니다.
진짜 회의 맛을 아는 사람은 초장이 아니라 간장에 찍어 먹는다.

간장에 찍어 먹어보라고 권해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초장을 더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회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라고 단정한다면,
그건 음식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사고가 꽤나 닫힌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제 아버지는 부산 사람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회입니다.
간장, 막장, 초장을 번갈아 드시지만
가장 선호하는 것은 여전히 막장과 초장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아버지의 입맛을 두고
“그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말은
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라는 기준으로는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오직 나만의 기준으로 존재합니다.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업의 귀천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귀천은 오직 ‘나 자신의 기준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귀천’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마치 누군가를 무시하는 비도덕적인 표현처럼 느껴질 뿐,
사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분명히 이런 구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 직업이 좋다.”
“나는 저 직업은 나와 맞지 않는다.”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개인의 가치관이며,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반대로, 직업의 귀천은 또 분명히 ‘없습니다’.

그것은 ‘타인의 직업’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귀천을 따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왜 그 직업을 선택했는지,
그 직업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어떤 자부심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직업을 두고
우열이나 귀천을 논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 지극히 무지한 태도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