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된 가맹점 계약이 종료되며

우리 회사와 무려 11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했던 가장 오래된 가맹점에서 이제 계약을 정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10년 넘게 장사했으니, 이제는 본인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11년이라…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우리 브랜드를 믿고 간판을 걸어주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류독감부터 메르스, 사스, 그리고 지독했던 코로나 시국까지. 그 모진 풍파를 본사와 함께 견뎌내고 이겨냈던 최장수 매장입니다. 그 매장의 마지막이 경영난으로 인한 폐업이 아니라, 홀로서기를 위한 독립이라고 하니 헤어지더라도 웃으며 축배를 들 만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지 서류를 챙겨 들고 10년 묵은 매장을 직접 찾아갔을 때, 곳곳에 묻어있는 세월의 흔적이 그날따라 참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래 장사를 하다 보면 본사와 다툼도 있고, 서운한 점도, 고마운 점도 수없이 쌓이기 마련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며 좋게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매장의 깊은 역사를 잘 모르는 일부 직원들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거래처에서는 계약 위반 사항을 따져서 위약금을 물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뭘 모를 때나 할 수 있는 소리입니다.

회사를 설립한 지가 13년인데 11년을 함께해 온 가맹점이라면, 이건 단순한 가맹점이 아니라 사업의 동반자였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뭣도 모르던 청년 사장이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 될 때까지 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묵묵히 현장을 지켜준 그 점주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테니까요.

생각보다 덤덤하고 심플한 문자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문자 하나로 11년의 긴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꽤 괜찮은 신뢰 관계였다는 방증이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건승하시길 빕니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