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그 당시 근무했던 회사]
[최악의 실수 2]
날려 버린 1억.
밤새 잠도 못 들고 뜬눈으로 지샌 채 아침 일찍 출근해서 두 장의 문서를 쓰기 시작했다.
하나는 프로젝트 실패 보고서였고, 또 하나는 사직서였다.
이 모든 책임을 사직서로 대신하려는 비겁하고도 철없는 내 마음이었다.
모든 열정도 없어지고, 이제 며칠 동안 인수인계를 하고 책상을 정리할 생각밖에 없던 내게 한 이사님이 부르셨다.
“이 팀장, 큰 실수 했다고? 알고 있네. 그런데 이 팀장, 어떤 사람이 실수를 하는지 아나?”
“네?”
“바로 일하는 사람이 실수하는 거야. 일하지 않는 사람은 실수도 없는 거지.”
겉으로 울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엉엉 울고 싶을 만큼 너무나 위로가 되는 말씀이었다. 이사님은 문제라는 것은 답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 하셨고, 나는 비로소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겼다.
항상 슈퍼 갑, 클라이언트의 입장이던 나는 슈퍼 을이 되어 거래처 차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차장님, 저 이 팀장입니다. 저 내일 지리산 공장으로 가서 그 홍삼 티백, 몇 달이 걸리더라도 제가 다 자를게요. 한 번만 더 로스팅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홍삼 티백 공장이 지리산에 있어, 나는 서울에서 지리산으로 직접 내려갈 생각을 했고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내가 티백을 모두 뜯는 작업을 각오했다. 어차피 사표 쓸 각오를 하니 회사 일로 못할 것도 없었다.
그때 그 거래처 차장님이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하, 알겠어요. 팀장님이 티백 뜯어봐야 1년도 더 걸려요. 팀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공장 인부들한테 말할게요. 우리 회사 수익도 대폭 줄어든다는 것만 아세요. 아, 그리고 지리산에는 진짜 와야 해요. 로스팅은 팀장님이 직접 확인해야 하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표 쓸 각오로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드린 부탁이 통했던 것이다.
나는 혹시나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잠을 자지 않고 밤 11시에 서울에서 출발했다. 오전 6시에 지리산에 도착한 다음 차에서 잠을 잤고, 다행히 모든 일은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샀던 지리산 노란 참외는 세상에서 제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