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성숙한태도

  •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군대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상병쯤 되었을 때, 부대 간부들과도 제법 친하게 지냈다.

    중대 내에서는 인사장교와 인사관이 살짝 라이벌 관계였는데, 일반 회사로 치면 차장과 과장 정도의 관계였다.

    계급은 낮지만 나이가 더 많았던 인사관님은 항상 인사장교와 티격태격하곤 했다. 하지만 경험이 많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로 소문난 인사관님의 행동에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는 인사관님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자리가 있어 살짝 여쭤보았다.

    “인사관님, 인사장교님 때문에 힘드시죠? 인사관님보다 경험도 없으면서…”

    “얌마! 인사장교님 훌륭하신 분이야.”

    인사관님은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으시고, 그저 훌륭하신 분이라고만 하셨다.

    그 짧은 대답에는 묵직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분명 누가 봐도 인사관님이 인사장교보다 업무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상급자를 그렇게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에 깊은 존경심이 생겨났다.

    그것은 내게 큰 배움이었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칭찬에 자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상급자를 결코 함부로 비하하지 않는 그런 성숙함. 나 역시 그런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 머리를 숙인 사람을 키 작은 사람으로 보지 않기

    몇 해 전, 한 중견 수산 기업의 2세 경영인이 프랜차이즈 관련으로 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제게 컨설팅을 의뢰하며 자신의 회사로 초대를 한 것입니다.
    아버지이신 회장님이 이제 연로하시어 본인이 회사를 물려받아야 하는데, 신사업으로 프랜차이즈를 구상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그의 겸손함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는 의외로 회사 경영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었고, 개인적인 역량도 상당히 높아 보였습니다.
    연 매출이 2000억 원을 훌쩍 넘는 그의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저 자신이 주눅이 들 정도였습니다.

    회사에서 이야기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일식집에 갔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식당에서 한참 떨어진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멀리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식사를 마친 후, 그를 배웅하기 위해 주차한 곳으로 가자고 하니
    한사코 따라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너무 이상해서 왜 식당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멀리 댔느냐고 물으니,
    그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자신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은 2세에 불과한데,
    창업한 저보다 더 고급 외제차를 타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것입니다.
    (그의 차는 벤틀리였습니다.)

    저는 그의 겸손함이 놀라웠습니다.
    만약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내 차를 뽐내고 싶지 않았을까?
    깊이 생각하게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며칠 전 면접을 볼 때의 일입니다.
    면접자가 저보다 나이가 많아 제가 그의 의자를 빼주었습니다.
    저는 대표이사이자 면접관이었지만 연장자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면접 중 이력서에 표기된 연봉보다 금액을 높여서 말하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숙인 머리가 그에게는 작게 보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