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스는 주워봤어?]
회사 식구들과 가끔 회식을 해도 회식 자리에서 혹여나 사고가 날까 싶어 가능하면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과음을 해서 살짝 취기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취했다느니, 주사라느니 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술만 마시면 결국 이 이야기를 하고 만다.
내가 처음 창업을 할 때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사무실도 없어서 친한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가 관리비 25만 원을 내주는 조건으로 책상 3개를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두세 명의 직원들과는 사실 오너와 직원의 경계도 없었고, 내가 졸다가 오히려 직원에게 혼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먼저 하고 나는 잠시 잔업 후 혼자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돌아오는 직원들과 마주쳤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직원들의 양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바로 종이박스였다.
“그게 뭐예요?”
“아, 이거 홈플러스에서 밥 먹고 오는 길에 지하에서 주워 왔어요.”
그랬다. 우리는 가끔 종이박스에 제품을 넣어 택배를 보내는 일이 있었는데, 한 개에 200원에서 300원 하는 종이박스 가격이라도 아끼려고 직원들이 홈플러스에서 종이박스를 직접 주워 온 것이다.
“그게 무슨 짓이에요? 우리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맞다. 우리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다. 우리 회사는 돈이 없어 단돈 몇 백 원이 아쉬운 상황이었으니, 그 박스 가격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4년제 대학까지 나온 우리 직원들이 고작 박스나 줍게 만든 무능한 오너라는 생각이 들어, 내 자신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못마땅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야 말았다.
“괜찮아요, 대표님. 이거 뭐 얼마나 무겁다고요.”
그 직원들이 지금의 우리 회사를 만들었다는 데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다.
그중 한 명은 지금 우리 회사의 임원급으로 일하고 있고, 또 한 명은 독립해서 창업을 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술이 거나하게 취할 때쯤이면 회사 신입 직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너희가 박스를 주워 봤어? 안 주워 봤으면 말을 말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