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상병쯤 되었을 때, 부대 간부들과도 제법 친하게 지냈다.
중대 내에서는 인사장교와 인사관이 살짝 라이벌 관계였는데, 일반 회사로 치면 차장과 과장 정도의 관계였다.
계급은 낮지만 나이가 더 많았던 인사관님은 항상 인사장교와 티격태격하곤 했다. 하지만 경험이 많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로 소문난 인사관님의 행동에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는 인사관님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자리가 있어 살짝 여쭤보았다.
“인사관님, 인사장교님 때문에 힘드시죠? 인사관님보다 경험도 없으면서…”
“얌마! 인사장교님 훌륭하신 분이야.”
인사관님은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으시고, 그저 훌륭하신 분이라고만 하셨다.
그 짧은 대답에는 묵직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분명 누가 봐도 인사관님이 인사장교보다 업무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상급자를 그렇게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에 깊은 존경심이 생겨났다.
그것은 내게 큰 배움이었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칭찬에 자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상급자를 결코 함부로 비하하지 않는 그런 성숙함. 나 역시 그런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