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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군대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상병쯤 되었을 때, 부대 간부들과도 제법 친하게 지냈다.

    중대 내에서는 인사장교와 인사관이 살짝 라이벌 관계였는데, 일반 회사로 치면 차장과 과장 정도의 관계였다.

    계급은 낮지만 나이가 더 많았던 인사관님은 항상 인사장교와 티격태격하곤 했다. 하지만 경험이 많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로 소문난 인사관님의 행동에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는 인사관님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자리가 있어 살짝 여쭤보았다.

    “인사관님, 인사장교님 때문에 힘드시죠? 인사관님보다 경험도 없으면서…”

    “얌마! 인사장교님 훌륭하신 분이야.”

    인사관님은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으시고, 그저 훌륭하신 분이라고만 하셨다.

    그 짧은 대답에는 묵직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분명 누가 봐도 인사관님이 인사장교보다 업무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상급자를 그렇게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에 깊은 존경심이 생겨났다.

    그것은 내게 큰 배움이었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칭찬에 자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상급자를 결코 함부로 비하하지 않는 그런 성숙함. 나 역시 그런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고, 실력이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지요. 과연 그 말이 진짜일까요? 지난 15년 가까이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내린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는데 어쩌면 자리가 사람을 좀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우리를 착각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진짜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라면 ‘사람’보다 ‘자리’가 훨씬 중요한 것이니, 그 자리엔 아무나 앉혀놔도 별문제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누굴 앉힐지 결정하는 게 그토록 힘든 이유는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그 자리를 완성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종종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승진하고 나서 예전과 다른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일 겁니다. ‘와… 저 사람이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감투 쓰더니 사람이 달라졌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 사람은 원래 그 정도 그릇이 되는 사람이었는데 그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숨겨진 능력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교육으로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제가 NO라고 대답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만약 교육만으로 사람이 변할 수 있다면 똑같은 교육을 받았는데 전혀 다른 인생,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교육을 받고 눈부시게 성장하는 사람은 교육이 그 사람을 키운 게 아니라 원래 성장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 마침 그 교육이 주어졌던 것뿐이라는 겁니다.

    모르는 걸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똑같은 걸 가르쳐도 결과가 천지 차이인 이유는 결국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문제라는 걸 증명합니다.

    그렇다고 교육이 무용지물이라는 소리냐?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교육은 정말 필요하죠. 배우려는 자세가 된 사람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되니까요. 핵심은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한테 억지로 떠먹여 줄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기에 도대체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가 리더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