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인들의 처우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는데
이상하게 자영업자들의 생활과 사업 환경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 것 같습니다.
2003년 겨울 5평짜리 작은 매장에서 첫 장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저로서는 이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 불균형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 표는 연도별 최저 임금 상승에 관한 자료입니다. 2009년 최저 시급은 4,000원대였지만, 2019년에는 8,350원으로 이미 2배 넘게 뛰었습니다. 매년 5% 이상의 상승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죠.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건 상가 임대료도 한몫합니다. 매년 정확한 임대료 상승률 통계를 찾기 어려워 대표적인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추이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상당히 높습니다.
오죽하면 연간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상가 임대차 보호법까지 만들어졌을까요. 이 법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는 연 5% 넘게 임대료를 올리고 있었다는 걸 반증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표는 어떤가요? 국민 음식인 짜장면 가격 상승률입니다. 2009년 약 4,500원에서 2019년 6,000원으로 10년 동안 고작 25% 올랐습니다. 1년에 25%가 아니라, 10년을 다 합쳐서 겨우 25% 오른 겁니다.
가게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도 오르고 월세도 치솟는데 정작 내가 파는 상품의 가격은 제자리걸음인 것입니다.
반면에 근로기준법은 주 근무시간 제한, 야근 제한, 주휴수당, 연차, 월차 등 근로자의 권리와 복지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네, 정말 좋은 현상입니다. 직장인들이 점점 더 인간다운 삶을 살고 행복해진다는 건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임대료가 물가보다 많이 올라서 임대사업자분들이 풍족해지는 것도 그분들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겠죠.
하지만, 근로자의 처우가 개선되고 건물주가 부유해질수록… 그 사이에서 자영업자만 점점 힘들어지는 이 상황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일까요?
저는 자영업자의 삶에도 숨통을 틔워줄 제도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브랜드 회장님과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영업자의 삶이 나아지려면 매출과 수익이 늘어야 하는데, 경기가 이런 상황에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회장님은 매출을 당장 늘리는 게 어렵다면, 차라리 여유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방법을 제안하셨습니다.
바로 자영업 5부제입니다.
장사하시는 사장님들 대부분 주 1회 휴무도 갖기 힘듭니다. 정말 잘 쉬어야 한 달에 두 번… 월 1회도 마음 편히 못 쉬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그분들에게 강제적으로라도 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겁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한 동네에 카페가 5군데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 카페들이 서로 겹치지 않게 돌아가며 휴일을 정합니다.
동네의 커피 수요(고객 수)는 정해져 있다고 보고,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쉬게 되면 결국 5일 영업하나 4일 영업하나 전체 매출은 비슷해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자영업자는 내가 문 닫은 사이에 손님이 다른 가게로 가버릴까 봐 불안해서 못 쉽니다. 하지만 약속된 정기휴일 제도가 정착되면, 내가 쉴 때 경쟁 가게가 영업하고, 경쟁 가게가 쉴 때 손님이 나에게 오니 매출은 보전된다는 원리입니다. 쉬는 날이 생기는 만큼 인건비도 줄일 수 있고요.

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겁니다. 자영업 5부제를 도입한다고 하면
- 대목인 주말에는 누가 쉴 것인가?
- 업종 구분은 어디까지 같은 업종으로 볼 것인가?
- 명절이나 휴가철 같은 특수 시즌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이게 과연 공정한 경쟁인가?
-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는 없는가?
- 1년 내내 줄 서는 대박 가게들이 굳이 참여하겠는가?
등등 해결하고 조율해야 할 문제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아마 수백 가지 디테일을 손봐야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입니다.
자영업자도 이제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은 똑똑하신 정치인분들이 찾아내고, 예상하고,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라고 우리가 세금 내고 그 자리에 앉혀드린 거니까요.
여러분은 이 생각,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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