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쯤이었을까요. 자산이 60억 원 정도 되는 한 사업가분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엄청난 재벌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렇다고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꽤 여유가 있는, 딱 그 정도의 부를 이루신 분이었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게 아니라 젊은 시절 마케팅 사업으로 단기간에 부를 쌓고 은퇴하신 분이었죠. 저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났지만 친구처럼 지내며 자주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분은 저와 대화하는 걸 유독 좋아하셨는데,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하게 되면, 그리고 그것으로 돈까지 벌게 되면 떠나는 친구들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왜일까요?
돈 좀 벌었다고 건방져지고 예의가 없어지거나 친구를 무시해서일까요?
물론 개중에는 그런 이유로 친구를 잃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부자가 되어서라기보다는 원래 그 사람의 인성이 덜 됐기 때문이니, 굳이 부자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떠났을 겁니다.
그분이 말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는 공통 관심사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사업가의 머릿속은 온통 경영, 직원 관리, 세금 문제 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 다니는 친구들과는 대화의 주제가 달라지니 진정성 있는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최저시급이 높다 낮다 하는 주제만으로도 의견이 갈리고,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하는 문제에서도 시각차가 생깁니다. 이건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 있는 위치가 달라져서 관심사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돈 이야기가 서로 불편해집니다. 3000만 원짜리 골프 회원권이나 1억 원짜리 외제차 이야기가 이분에게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됩니다. 전혀 자랑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듣는 입장에서는 거슬리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함께하는 시간과 패턴이 달라집니다. 여름 휴가를 예로 들면, 많은 사업가들은 사람이 붐비는 성수기를 피해 가을이나 봄에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저만 해도 지난 여름, 직원들 휴가 다 보내놓고 정작 저는 휴가를 못 갔습니다. 반면 직장인 친구들은 정해진 휴가 시즌이 아니면 장기간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조금씩 친구들과 거리가 생기게 되고, 결국 그 빈자리는 비슷한 처지의 새로운 친구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그렇게 만난 친구가 바로 저였던 셈이지요.

저도 골프를 칩니다. 처음에는 사업하는 선배들이 제 의사도 안 묻고 라운딩을 잡아버려서 반강제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즐기는 스포츠도 바뀌고 대화 주제도 바뀌더군요. 요즘 골프가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사업가 선배는 당시 어렸던 제게 이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멀어지는 친구를 일부러, 억지로 잡으려 하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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