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대표인 제가 ‘인정받는 직원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대표의 입장이니 당연히 직원이 이렇게 헌신하길 바라겠지… 라고 생각해버리면 사실 아무런 의미 없는 꼰대의 잔소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도 시급 2,200원 받던 알바생 시절이 있었고 수개월 직장을 못 구해 적금을 깼던 경험이 있으며, 정리 해고를 당하고 수개월 실업급여로 겨우 끼니를 때울 때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가 누구보다도 직원의 입장을 잘 아는 사람이니, 부디 색안경을 끼지 않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채용이 고마워 업무 시간에는 업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 유학 시절, 일본어 기초도 떼지 않은 시기에는 그 어디에서도 저를 알바생으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첫 한두 달은 이력서조차 제출하지 못했고, 겨우 3개월 차에 접어들어 간단한 인사만 가능한 시점에 수많은 식당을 돌아다니며 면접을 구걸했습니다.
일본은 면접을 보러 가면 차비 하라고 약 500엔에서 1000엔 정도의 면접비를 주는 문화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10여 군데 식당에서는 이력서만 받고 면접은 잡아주지도 않았으며,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한인 식당은 최저시급도 안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한 식당 점장님이 이력서를 보고 전화를 걸어 면접을 보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 연락 자체가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면접 때 저는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도 도맡아 하겠다고 했습니다. 점장은 말도 잘 못하는 외국인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속는 셈 치고 한번 일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일은 대화가 필요 없는 설거지였지만, 제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어가 늘었고, 어휘력이 늘수록 식당에서 하는 일도 다양해졌습니다. 나중에는 주방의 대부분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한가한 시간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싱크대 그릇을 모두 꺼내 묵은 때를 닦아내었습니다. 주방장은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걱정스레 물었지만, 저는 그저 말도 안 통하는 저를 뽑아준 점장님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어느덧 반년이 흘러 이사를 가게 되었고, 정들었던 가게도 그만둬야 했습니다. 점장님은 평소 한 번도 회식을 제안한 적이 없었는데, 제가 가게를 그만두는 마지막 날 모든 직원과 회식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들었던 이야기는 제게 정말 큰 감동이었습니다.
이 가게는 많은 외국인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떠났는데, 어떤 직원은 갑자기 잠수를 탔고, 어떤 직원은 돈을 훔쳐 달아나서 외국인에 대한 안 좋은 기억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인 ‘이’상 덕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외국인에 대한 고정 관념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저 나를 채용해 주어서 고마웠을 뿐인데 말이죠.

- 나는 그냥 나를 위해 일찍 출근할 뿐이었다. 일본에서 귀국하고 첫 직장을 다닐 때였습니다. 저는 그 회사에 입사하고 항상 1시간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저보다 빨리 출근하는 사람은 사장님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1시간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상급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일찍 출근한 이유는 유학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어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아침마다 일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저를 아주 성실한 사람, 준비성이 좋은 직원이라 평가했습니다. 저는 그저 내 자산을 잃지 않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했을 뿐인데 말이죠. 그러다 어느 날 일본 바이어가 회사로 방문하게 되어 제가 간단한 에스코트를 맡게 되었고, 사내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냥 나는 나를 위해 노력한 것인데, 그게 회사에 도움도 되고 인정도 받게 되는 상황이 참 신기했습니다.

- 새롭게 하는 것이 재밌었다. 귀국 후 다녔던 첫 직장에서 저는 기획팀을 맡고 있었습니다. 반년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다른 팀의 팀장들과도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영업 브로슈어 자료를 기획하고 완성했는데, 영업팀의 성과가 썩 좋지 않아 기획팀도 영업팀도 난감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문득 영업팀은 도대체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영업팀 팀원들과 수시간 회의를 거쳐 이야기를 나눴지만, 책상 앞에서의 대화는 영업 자료를 만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영업팀의 ‘진짜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업팀에게 현장을 따라가면 안 되겠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결사반대했습니다. 누군가 영업 현장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나름 자기들만의 노하우를 다른 부서에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 팀장님이 주말에 울산과 부산으로 출장을 가야 한다며 투덜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영업팀은 사실 토요일 일요일 없이 움직여야 하니까요. 저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영업 팀장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팀장님, 주말에 지방 가실 때 제가 운전해 드릴까요? 그냥 현장 분위기를 좀 보고 싶어서요.” 팀장님은 갑자기 주말에 운전기사가 생겨서인지 흔쾌히 OK를 했습니다.
그렇게 따라가서 본 영업 현장의 성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강렬하게 남아서, 저는 지금도 가끔 답이 안 보이면 영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곤 합니다.

- 나는 사업을 할 거니까… 저는 영업 현장을 본 뒤로 다른 부서를 기웃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디자인팀, 마케팅팀, 물류팀, 하물며 재무팀과도 친하게 지내며 그들의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업을 한 지 이제 10년이 넘었습니다. 10년 전 직장인 시절, 다른 부서들을 기웃거릴 때 ‘나는 언젠가 사업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기웃거린 건지 아니면 기웃거리다 보니 사업에 대한 관심이 생긴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때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렸던 경험들이, 지금 제가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마어마한 자산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말은 아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 네 가지 태도를 가질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채용을 너무 고마워하거나, 회사에 너무 일찍 출근하거나, 남의 부서를 기웃거리는 행동은 자칫 잘못하면 동료나 다른 부서장들에게 밉보일 수 있습니다. ‘쟤는 왜 혼자 저렇게 튀는 행동을 하나’ 하고 말이죠.
그럴 때일수록 어떠한 말이든 아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색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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