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에 자신감이 붙을때

스물넷, 군대를 갓 제대하고 바로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1년은 차 없이 지내다가 그 후 1년 정도 운전을 하면서 겨우겨우 초보 딱지를 뗐습니다.

운전 3년 째 되던 해의 일입니다.
회사 이사님과 대구 출장을 가는 길에 제가 운전대를 잡게 되었습니다.

약속 시간도 조금 늦었고, 한창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라
비가 꽤 내리는 고속도로 내리막길이었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 페달을 계속 밟았습니다.

시속 110km, 120km, 130km, 140km가 되는 순간…

조수석에 앉은 이사님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그 이사님의 별명은 ‘부처님’이었습니다.
절대 화내는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고 언제나 온유하게 허허 웃으시던 분이, 제 운전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저는 순간 깜짝 놀라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감속을 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사님의 그 짧은 한마디는 제게 엄청난 위험을 인지시켜 주는 경고처럼 다가왔습니다.

그 후로 수년간 운전을 계속하며 다양한 경험이 쌓였을 무렵,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 내가 그때 알량한 운전 경력이 생겼다고 망나니처럼 과속하며 위험하게 운전을 했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만약 당시 이사님이 제 운전을 짚어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언젠가 큰 사고가 한 번은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수 년이 지나 며칠 전, 회사 막내와 외근을 가며 막내에게 운전대를 맡겼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경험이 없어 서툴던 막내는 이제 능수능란하게 운전을 잘하지만, 왠지 점점 위험하게 차를 모는 듯했습니다.

그때 딱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아! 이 친구, 지금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구나…’

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동우야, 요즘 운전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구나…”
그러면서 막내에게 제 예전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점점 사업이 확장되고 한창 궤도에 올랐을 때 가속 페달에서 살포시 발을 뗄 줄 모르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가랑비 옷 젖듯 다가오는 위기는 당사자가 쉽게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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