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을 할 수 있는 자격

(취미로 그린 오드리 햅번 2014년 겨울)

자문은 반드시 열등한 사람이 우월한 사람에게 구하는 것인가?

학창 시절 미술 학도였던 나는 미대 입시를 위해 매일 학원에서 석고 소묘를 했다.

그림 경력이 꽤 있어서 학원 내에서도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듣던 때였는데, 하루는 한 후배가 조심스레 나에게 말을 건넸다.

“형, 이 줄리앙 눈 형태가 좀 틀린 것 같은데요? 좌우 대칭이…”

기분이 나빴다. 나보다 그림 경력도 짧고 자기 또래와 비교해도 그다지 잘 그리지 못하는 아이가, 내 그림의 형태가 틀린 것 같다고 지적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후배의 이야기를 가볍게 무시하고 그림을 완성했다.

완성한 그림을 넣어두고 시간이 흘러 다시 그 그림을 꺼내어 보았는데, 줄리앙의 눈이 삐뚤어져 있는 것이다.

‘분명 그때는 틀리지 않았는데, 왜 지금은 틀린 게 보이는 거지? 그럼 그 후배의 말이 맞았던 거잖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리는 사람은 자기 그림에 푹 빠져들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 그림의 형태가 틀렸는지, 명암이 너무 어두운지 스스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리는 도중 가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자기 그림을 온전히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럴 때 누군가의 의견을 들어보면 생각지도 못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런 조언을 구하는 대상이 반드시 자신보다 우월하거나 대단할 필요는 없다.

내 눈보다 객관적인 눈을 가진 것만으로도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입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굳이 나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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