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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이란…. 그리 크지도 대단하지도 않으며 내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야간 행군

    백령도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야간 행군을 할 때의 일입니다.

    야간 행군이란 말 그대로 한밤중에 행군을 하는 것인데, 백령도에서의 행군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주 새까만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내 손바닥을 눈앞에 대어 보아도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흑 같은 그런 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에너지도 모두 소진된 몸에 무거운 완전 군장을 메고, 그저 바닥만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한없이 걸어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는데, 문득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습니다.

    ‘어? 이게 무슨 냄새지?’

    아주 기분 좋은 향기였습니다.

    ‘누가 향수를 뿌렸나?’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너무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누구의 향수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극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 맡게 된 이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켜켜이 쌓인 피로마저 눈 녹듯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더 걸어가도 그 향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맞은편에서 차 한 대가 헤드라이트로 우리를 비추며 지나갔습니다. 밝아진 시야로 주변을 돌아보니, 제가 걷고 있는 그 깜깜한 길 옆이 온통 나팔꽃 밭이었던 것입니다.

    아.

    화려한 장미꽃도 아니고, 값비싼 향수는 더더욱 아닌, 길가의 흔한 나팔꽃 냄새가 그토록 향기로웠던 것입니다.

    어쩌면 행복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 크지도,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것.

    그저 내 바로 옆에 있는 평범한 것들도, 마음의 눈을 감고 온전히 느끼려 해보면 그것이 바로 행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군입대하는 청년들에게

    군대 참 가기 싫었습니다.

    허리도 좀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고, 솔직히 면제받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허리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신체검사 때는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 군대는 갈 수밖에 없구나. 그럼 추억이라도 만들자. 뭐 그런 생각으로 해병대에 지원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후회할 정도로 힘들었고, 동시에 평생 가장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에서 배운 몇 가지를 공유하니, 곧 입대하는 청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군대에서 먹은 추억의 크림빵
    http://blog.naver.com/leesang_jun/220081987712

    오랜만에 파리바게뜨에 들렀다가 추억에 젖게 하는 빵이 보였습니다. 지겨운 군대 이야기일까요? 훈련소에 입대하고 지옥 같은 6주 훈련이 끝나고…

    2. 리더와 부하 직원이 꼭 알아야 할 것
    http://blog.naver.com/leesang_jun/10183740086

    행군. 군대에서 행군하다 보면 한 대대가 행군할 경우 수백 미터가 길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행군하다가 제일 앞 선두가 돌덩이를 보면…

    3. 행군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것
    http://blog.naver.com/leesang_jun/220329536111

    행군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25Kg의 완전 군장이 아니라 군화 속 작은 모래알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말은 행군을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이…

    4. 행복이란…. 그리 크지도 대단하지도 않으며 내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http://blog.naver.com/leesang_jun/220285190324

    야간 행군. 백령도에서 군 복무 중 야간 행군을 할 때였습니다. 야간 행군이란 말 그대로 한밤중에 행군하는 것인데 백령도에서의 행군은 가로등 하나 없는…

  • 초코파이를 먹지 않는 동기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나 역시도 군 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한 경험이 아니었다. 먹는 것, 자는 것, 화장실 가는 것까지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야만 가능했던 훈련소 시절은 더욱 그랬다.

    그나마 종교 활동 시간이 있는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유일하게 외부인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훈련병에게 종교의 자유란 없었다. 훈련병의 종교는 오직 초코파이의 통제를 받을 뿐이었다.

    내가 있던 포항 훈련소는 교회가 초코파이 4개, 성당이 3개, 절이 2개였다.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에 이렇게 감사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다.

    종교 활동은 언제나 교회로 신청이 넘쳐났고, 인원이 다 차면 다음은 성당, 그다음은 절 순서였다. 군대 교회에서 먹는 초코파이의 맛이 미슐랭 별 다섯 개짜리 요리를 능가한다는 사실에 반박할 예비역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서 받은 초코파이는 예배 시간 내에 모두 먹어야 했고, 절대 밖으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샅샅이 주머니 검사를 했다.

    예배 시간에 눈물겨운 초코파이를 허겁지겁 먹고 있을 때, 초코파이를 가만히 들고만 있을 뿐 먹지 않는 동기가 있었다. 그 동기는 옆에 있던 동기들이 초코파이를 다 먹었을 무렵 한 개씩 나누어 주었다. 나도 그에게서 하나를 받았다.

    그때는 그 동기가 왜 먹지 않는지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다음 주가 되어도, 또 그다음 주가 되어도 그 동기는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주변에 나누어 주었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속이 안 좋은 걸까? 아니면 알레르기라도 있는 걸까? 다이어트 중인가? 아니면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침내 그 동기와 같은 시간대에 근무를 서게 되었을 때, 왜 초코파이를 먹지 않는지 조용히 물어보았다.

    그 동기는 초콜릿 알레르기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오히려 초코파이를 너무나 좋아할 뿐 아니라 지금도 무척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짝 내 반응을 살피더니 이내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자기는 신학 공부를 하다가 군대에 왔다고 했다. 비록 군대의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자신이 교회를 가는 목적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초코파이가 될까 봐 그게 너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아, 이 얼마나 멋있는가! 신학을 공부하며 예배를 드리는 목적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훗날 목회를 할 때 그 어떤 권력이나 부귀를 좇아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자신의 의지를 스스로 시험하는 것이었다니.

    그것은 바로 본질을 잊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였다.

    모태신앙이었던 내가 만약 절에서 초코파이 다섯 개를 준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참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한 본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는 목적, 일을 하는 목적, 사업을 하는 목적에 대한 그 본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