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흑백 요리사를 재밌게 보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흑백 요리사 식당을 순회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뉴스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셰프님의 매장에 꼭 가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우려가 되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예전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망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것은 방송에 소개된 맛집이 망하는 과정과도 아주 유사하기에, 갑자기 유명해진 맛집 사장님들이라면 꼭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1단계: 대중에게 알려지는 단계
미슐랭 스타를 받거나 유명한 방송에서 소개된 맛집은 다시 한번 언론과 소셜 미디어 등으로 확산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2단계: 고객이 몰리는 단계
맛집 레스토랑은 원래 고객이 많았겠으나 미슐랭 스타를 받고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 찾은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웨이팅이 시작됩니다.
3단계: 웨이팅과 예약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단계
평소에는 한두 팀이었던 웨이팅은 20팀, 30팀으로 늘어납니다.
평소에 편하게 찾던 단골 고객은 예상치 못하게 몇 시간씩 기다리는 상황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는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마되어 1년씩 기다려야 하는 매장도 생기게 됩니다.
4단계: 연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단계
오너 셰프나 매장 사장님은 이 매장의 엄청난 웨이팅을 보고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나 많은 손님이 기다린다면 가격이 높아져 고객이 어느 정도 줄어도 상관없고, 이만큼이나 유명해졌으니 가격은 주위 레스토랑보다 비싸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집니다.
그렇게 친절했던 서버들도 밀려들어오는 고객들로 인해 지치고, 자신의 서비스 능력이 더 이상 매장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5단계: 희귀한 재료와 높은 퀄리티의 재료로 바꾸는 단계
가격을 어느 정도 올렸으니 그에 맞는 질적 향상도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면서, 재료의 퀄리티를 계속 상승시키고 희귀한 재료를 구해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6단계: 월세가 올라가는 단계
고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고 웨이팅과 예약이 꽉 찼으며, 메뉴의 가격도 주위의 레스토랑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임대인은
자연스럽게 월세를 높게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과감하게 월세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7단계: 고객의 수가 줄어드는 단계
미슐랭 스타를 받거나 유명 방송에 소개된 매장에 갑자기 찾아오는 고객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호기심에 가득 찬 고객이거나, 유명하다는 그 레스토랑을 소개하고픈 인플루언서입니다. 그 인플루언서는 과연 그 레스토랑의 단골이 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이 레스토랑을 찾아 리뷰를 했으니 이제는 이 비싼 음식을 또 리뷰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또 새로운 뉴스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찾을 만큼 찾았고 핫했던 이슈도 가라앉으면 이제 점점 고객이 줄어듭니다.
8단계: 떠나가는 단골들
고객이 줄어들면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그 매장을 지탱해 주었던 충성도 높은 단골 고객은 이제 더 이상 그 레스토랑을 찾지 않습니다.
갈 때마다 기다려야 했던 레스토랑,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버리고 서비스 능력이 좋았던 서버들은 이제 더 이상 근무하지 않으니 이 레스토랑을 더 이상 찾을 이유가 없어져 버립니다.
9단계: 오랜만에 찾은 고객들의 악플
더 이상 그 비싼 음식을 찾지 않고 서비스도 나빠졌으니 오랜만에 찾은 인플루언서는 이 레스토랑을 어떻게 리뷰 할까요.
이제부터는 부정적인 이슈로 몰고 가는 언론사, 인플루언서, 악플러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 올리더니 파리만 날리는 레스토랑, 돈맛 보더니 서비스 엉망이라는 등의 부정적 리뷰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10단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고객은 줄어들고 단골은 떠나갔습니다. 월세는 2배나 올라버렸고, 찾지도 않는 음식 가격은 너무 높아져 버렸습니다.
이제 다시 옛날 서비스로 돌아가려 해도 재료의 질을 낮추고 가격을 내리는 것 모두 선택할 수 없습니다.
가격을 낮추고 재료 가격을 줄이면 또 그것대로 악플이 쌓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은 폐업하게 됩니다.

위 이야기는 너무 소설 같은 시나리오일까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흥망성쇠 이야기는 실제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미슐랭 스타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요리 품질을 인정받는 상징이지만, 이 영광이 모든 레스토랑에 축복이 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이후로 급격한 성공을 경험한 레스토랑들이 장기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몰락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스페인의 다니 가르시아 셰프가 있습니다. 그는 2018년에 자신의 레스토랑이 3스타를 받았지만, 불과 며칠 후 폐점을 결정했습니다.
그는 미슐랭 스타를 유지하는 것이 창의적 자유를 억제하고 지나친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후 레스토랑이 받는 압박과 기대가 오히려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뉴욕에서는 2005년에서 2019년 사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중 40%가 폐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미슐랭 스타가 단순한 명예를 넘어 임대료 인상, 인력 이탈, 고객의 과도한 기대 등의 부담을 안겨주는 양면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럼 미슐랭을 받았다면, 유명한 방송에 소개가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기적인 관심보다 장기적인 생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나친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품질의 변화는 오히려 충성 고객을 떠나게 만들고 레스토랑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미슐랭 스타가 성공의 정점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단순한 성공의 상징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지속 가능한 경영과 고객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교훈을 준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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