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것은 기분좋게 버려라

[잃어버린 15000시간]

어제저녁 어린 사촌 동생과 통화를 했다. 동생은 비교적 공부에 취미가 없다. 취미가 없다기보다는 솔직히 말해 그냥 공부를 못한다.

그래도 이 녀석이 꽤 성실한 구석이 있어서, 고등학생임에도 아르바이트도 하고 요리도 배우러 다닌다. 그런데 이 녀석이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한다고 했다.

“영어가 재밌냐?”
“아니요.”
“그럼 영어가 적성에 맞아?”
“아니요.”
“그럼 영어를 공부하면 성적은 좀 오르냐?”
“늘 제자리예요.”
“그럼 왜 영어 공부를 하는 건데?”
“왠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영어를 공부해서 뚜렷한 성과가 있다면 또 모를까, 잘되지도 않는 공부를 왜 귀한 시간까지 버려가며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들은 평균 15,000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자한다고 한다. 나와 당신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5,000시간이라는 막대한 시간을 영어에 투자해 왔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가? 네이티브 수준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생활 영어를 구사하는가?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15,000시간이나 공부를 했는데도 영어를 못하는 것일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3개월 동안 수영을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은 거의 프로에 가깝게 수영을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대에 진학하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기껏 수개월의 투자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수년, 아니 수만 시간을 영어를 공부하는 데 썼음에도 나는 지금 간단한 생활 영어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도 영어 공부는 따로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지금은 마케팅, 기획, 경영, 조리 관련 공부를 하고 있으며, 나에게는 그 공부가 훨씬 더 재미있다.

만약 그 잃어버린 15,000시간을 진작 경영과 마케팅에 투자했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발전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안다. 그리고 당신도 안다. 내가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공부가 어떤 것인지 말이다.

재미도 없고 실력도 늘지 않는 억지 공부라면 이제 기분 좋게 과감히 버려라. 그러면 당신에게 온전히 쓸 수 있는 새로운 15,000시간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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