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11월, 제가 처음 창업을 했던 시기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저 역시 시작이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아니, 제 시작은 정말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와도 이별을 겪어야 했습니다.
창업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제 체중은 정상에서 5kg이나 미달이 되었고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어갔습니다. 하지만 살이 빠지는 것이 단지 스트레스나 불면증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수일 동안 화장실을 가지 못했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면서 몸 상태가 아주 엉망이 되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아! 대장암이구나!!’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이상 증상들을 보며 몸이 정상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대장암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들을 꼼꼼히 찾아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모든 증상이 현재 제 상태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저는 하루 정도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조용히 암 보험을 검색했습니다.
상담을 받아보니 가입 후 6개월 뒤에 진단을 받으면 얼마, 1년 뒤면 얼마 등 보상 조건이 모두 달랐습니다. 보험을 들자마자 암 진단을 받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저는 어떻게든 버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몸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결국 보험에 가입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대장 내시경을 받으러 병원에 갔습니다. 3개월 이내면 보험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생애 첫 수면 내시경을 기다리며, 저는 조용히 저의 임종까지 상상했습니다.
초기라면 어떻게든 치료가 되겠지만, 제 몸 상태로 보아 아무리 생각해도 말기 암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스르르 눈이 감기며 저는 임종의 순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수면 마취는 굉장히 포근하고 평온했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날 때는 그동안 미뤘던 잠을 다 잔 듯 너무나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결과를 듣기 위해 원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악성 변비입니다. 고기 드실 때 야채 안 드세요?”
“………..”
암이 아니라고? 내가 암이 아니라고?
수개월 전부터 죽음을 대비했고 굳은 결심으로 암 보험까지 들었는데, 내가 암이 아니라고? 그 엄청난 고통이 겨우 변비 때문이었다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장 트러블과 악성 변비가 만들어낸 웃지 못할 촌극이었습니다.
이 엄청난 서사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이 났지만, 저는 그날 이후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심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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