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부끄러운 나의 ‘갑질’을 고백합니다.
당시 저는 회사를 등에 업고 클라이언트가 되어 인테리어 공사를 감독하고 있었습니다. 하청을 맡은 인테리어 업체는 제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초반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회사의 오너가 이 공사를 하루빨리 끝내고 싶어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 기간을 단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담당자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러겠노라 대답했습니다.
며칠 뒤, 오너는 내친김에 공사 비용까지 깎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클라이언트라는 지위를 무기 삼아 큰 부담감 없이 비용 절감을 요구했습니다. 인테리어 팀장은 이번엔 더 난처해하며 자신의 회사 오너에게 전화를 걸었고, 몇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결국 가격을 깎아주었습니다.
갑질의 정점은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벽면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오너의 한마디에, 저는 별다른 타당한 이유도 없이 컬러 변경을 지시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만하고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말이죠.
그런데 제 말을 들은 인테리어 팀장이 저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안 됩니다.”
네? 뭐라고요?
“안 됩니다.”
‘아, 저기 죄송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컬러를 변경하는 건 상당히 곤란합니다’ 정도의 정중한 거절을 기대했던 저는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그저 안 된다고만 쏘아붙였습니다. 기분이 상한 제가 “뭐가 안 된다는 거예요? 당장 컬러 교체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이자, 그가 받아쳤습니다.
“그럼 저희는 여기서 철수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청업체가 클라이언트에게 이럴 수 있지? 당황한 저는 곧바로 인테리어 회사 오너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대답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 팀장이 안 된다고 했습니까? 그럼 안 되는 겁니다!”
인테리어 회사 오너 역시 태도가 180도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상황이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인테리어 회사는 그동안 이어진 우리 회사의 무리한 요구와 갑질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내부적으로 ‘이따위 공사,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다음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 제가 철저한 ‘을’이 되어 매달리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법적으로 누구의 과실인지 다투고 자시고 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당장 공사가 멈추면 막대한 임대료 손실은 물론이고, 이후의 모든 오픈 스케줄이 연쇄적으로 엉망이 되는 끔찍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결국 저는 자존심을 다 버리고 어렵게, 정말 어렵게 사정하고 부탁한 끝에 겨우 인테리어 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갑질의 결과가 결국 나 자신에게 얼마나 참혹하게 되돌아오는지를 말입니다.
최근 어느 항공사의 갑질 뉴스를 보며, 10년 전 그날의 부끄러운 기억과 함께 제가 깨달은 진리 하나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갑질을 한다고 해서 진짜 ‘갑’이 될 수는 없습니다. 비즈니스 거래에서 진정한 갑이 되고 싶다면, 억지로 군림할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거래처가 놓치고 싶지 않은 ‘매력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비로소 그때, 진짜 갑의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