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펼치기 전에 제목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으로 내용을 짐작해 보는 것은 독서가 주는 또 다른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공작새가 왜 펭귄 나라로 날아갔을까?’ 이 제목을 보고 저는, 이질감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극복하고 결국 도태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적응해 내는 공작새의 스토리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였습니다. 펭귄들은 공작새를 자신들의 문화에 적응시키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공작새는 결국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무리를 뛰쳐나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은 고용인과 피고용인, 기득권과 비기득권, 선배와 후배 모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히 작은 기업을 꾸려가고 있는 제게는 두 가지 엄중한 경고로 다가왔습니다.
유능하고 진취적이며 도전적인 직원은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다름을 포용하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이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기에, 우리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항상 ‘백지 시각’에 대해 교육합니다.
저는 거의 애원하듯 신입사원에게 부탁합니다. 그것은 저를 포함해 그 어떤 경력자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간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백지상태의 시각’으로 회사를 바라봐 달라는 부탁입니다.
저는 우리 회사, 우리 매장, 우리 브랜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틀린 곳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항상 눈에 익은 풍경이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펭귄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카페를 운영할 때의 일입니다. 손님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테이블 위에 락스 소독약이 놓여 있었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던 터라 저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새로 들어온 파트타임 직원이 제게 물었습니다.
“대표님, 서비스 테이블에 있는 락스 소독약 안쪽 서랍에 넣을까요?”
“응? 왜?”
“서비스 테이블에 소독약이 있으면 손님들이 보시기에 좀 불쾌할 것 같아서요.”
“응? 아…!”
아니, 왜 소독약이 서비스 테이블에 있었지? 언제부터 있었지? 항상 저기에 있었잖아?
그제야 잘못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늘 보아왔던 모습이라 눈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명백히 틀린 부분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펭귄의 시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직의 문제점을 찾아내기에 가장 불리한 사람은 바로 펭귄 그룹, 즉 오랜 경력을 가진 대표이사와 경영진일 것입니다. 반대로 이를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갓 입사한 ‘공작새’ 신입사원입니다.
경영자는 이런 신입사원의 낯선 시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신입사원 역시 자신의 백지 시각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항상 명심하는 것은, 이 역할을 입사 후 일주일 내에 해내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신입사원의 ‘백지 시각’도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들 역시 어느새 펭귄들의 슈트를 입고 동화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기존의 펭귄들이 해야 하는 진짜 역할은, 기꺼이 펭귄의 슈트를 벗어 던지고 자유롭게 걸으며 늘 백지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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