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의 용기

저는 트렌드에 맞지 않게 장지갑을 고집합니다.
꽤 오랫동안 장지갑만 사용해 온 이유는, 당장 쓰지도 않는 신용카드와 포인트 카드, 더 이상 가지 않는 스포츠 클럽 출입 카드와 수많은 명함들을 차마 버리지 못해서입니다.

지갑 좀 비우라는 주변의 핀잔에도 꿋꿋이 들고 다녔는데, 하루는 서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다 내용물이 우르르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당장 정리할 시간이 없어 우선 신용카드 한 장과 약간의 현금만 주머니에 챙겨 넣고 급히 외출을 했습니다.

그리고 2주가 지났습니다.
쏟아진 지갑의 내용물들은 아직도 서류 가방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지만, 이상하게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쓰겠지’ 하며 품고 있던 것들이, 실상은 전혀 쓸데없는 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은 비단 물건만이 아닙니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맥’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그저 제 욕심이 채워 넣은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실상은 소중한 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거나, 나를 어떻게든 이용하려 했던 피곤한 관계였을 수도 있습니다.

쓰지 않는 지갑 속 포인트 카드처럼, 불필요한 인맥과는 과감하고 현명하게 손을 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정리 1순위이며, 습관적으로 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사람이 그다음입니다.
나를 갉아먹는 이들과의 연결 고리를 덜어낼 때, 비로소 내 삶에 확보된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서 훨씬 더 깊고 단단한 진짜 인연을 맺을 수 있습니다.
이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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