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을 10년 넘게 해왔다. 그래서 꽤나 수영 실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가끔 주말에 수영장을 가면 수모를 똑같이 맞추어 쓴 서너 명이 하나의 라인을 차지하고 매너 없이 잘 비켜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냥 봐도 꽤 수영 경력이 있어 보이는 고급반 회원들이다.
내가 그 라인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려 치면, 괜히 잡담을 하다가도 그 라인에 들어온 내가 눈에 거슬리는지 갑자기 폭풍 질주를 시작한다. 내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것이다.
나도 이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대등하게 할 자신은 있다. 하지만 굳이 경쟁하지 않는다. 일부러 속도를 높이지도 않고, 그저 운동을 즐기러 온 만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그러면 그 텃세 팀은 나에게 바짝 따라붙는다. 비키라는 듯 내 발끝을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부담을 준다. 내가 끝에서 턴을 할 때면 나를 불편하게 추월하기도 한다.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억지로 추월을 당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가볍게 추월당해 주면, 그들은 다시 한 바퀴를 돌고는 내 뒤로 바짝 따라붙어 아직도 여기 있냐는 듯 다시 내 발끝을 건드린다. 나는 또다시 가볍게 추월당해 준다.
그들은 다시 속도를 내어 질주한다. 그 텃세 팀이 하나둘 나를 추월하고 마지막 네 번째 사람이 나를 추월할 때, 바로 이때다.
그 팀은 나를 두 번이나 앞질렀기 때문에 이미 체력이 꽤 빠져있는 상태다. 나는 속도를 높여 마지막 사람을 바짝 따라간다.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짝 뒤쫓아오는 것을 느낄 때 체력이 급격히 소진된다. 결국 고작 반 바퀴를 더 돌고는 옆으로 비켜서서 숨을 헐떡인다.
나는 곧이어 세 번째, 두 번째 사람도 따라잡았다. 이제 텃세가 가장 심했던 리더만이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수영장 라인이 마치 자기 것인 마냥 여러 사람에게 텃세를 부리던 사람이다.
이제 나에게도 자비란 없다. 역시 그를 바짝 쫓아 수영한다. 그는 내가 멈추기 전에는 절대 먼저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텃세 팀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나를 두 번이나 전속력으로 추월한 몸이시다. 지금쯤이면 체력이 바닥을 보일 것이다. 두세 바퀴를 나와 경쟁하듯 질주하다가, 결국 그도 멈추고는 거친 숨을 헐떡인다.
나는 그제야 곧바로 속도를 확 줄이고, 그 라인의 전체적인 속도를 떨어뜨려 놓는다. 평균 속도가 낮아지자 복잡한 옆 라인으로 쫓겨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들어오고, 마침내 라인에 평화가 찾아온다.
텃세 앞에서는 먼저 반응하지 말고, 먼저 흥분하지 않고, 먼저 칼을 뽑지 않으면 결국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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