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오래전, 직장 생활을 하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팀장을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꽤 인정받는 팀장으로서 열심히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고, 제 밑에는 다섯 명의 팀원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유독 제게 응원의 말을 자주 건넸습니다.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팀장님을 믿습니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쳐도 잘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그 말은 당시 제게 뭐든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큰 시련이 닥쳤습니다. 그 위기는 우리 팀을 향해 직격탄으로 날아왔습니다.
업무적인 어려움도 컸지만, 자칫 팀원 모두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으니 모두에게 얼마나 엄청난 위기였을까요.
저를 비롯한 우리 팀의 존폐가 오로지 제 결정에 달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항상 저를 믿는다고 응원하던 그 팀원이 물었습니다.
“어떡하실 건가요?”
사실 아직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저는 고심 끝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신도 있고. 나만 믿어.”
제 대답을 들은 그 친구의 반응은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건데요!”
저는 순간 크게 당황했습니다.
언제나 저를 믿고 제 결정에 최선을 다해 따를 것 같았던 팀원이 마치 화를 내듯 따져 묻는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그 친구는 위기가 채 본격화되기도 전에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만에 모든 위기는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끝까지 힘을 합치고 곁을 지켜준 사람들은 평소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던 다른 팀원들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저는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저를 도왔던 팀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우리 그때 정말 힘들었잖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버틴 거야? 내가 잘 해낼 거라고 믿었던 거야?”
“네? 아뇨. 전 그냥 이번 일 잘 안되면 팀장님이랑 치킨집이나 같이 차려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하하.”
우리는 땅끝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는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굳이 믿고 자시고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당연히 아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믿는다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현재 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신이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저 존재함을 알 뿐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