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가 일본을 다녀온 지 딱 10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대 시절, 형과 함께 겁 없이 사업을 시작해 뜻밖의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때는 그 운을 온전한 내 실력인 양 착각하며 한껏 으스댔고, 결국 4년 만에 그 모든 것을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때 꽤 많은 것을 쥐었지만, 밑바닥까지 추락한 뒤 제 손에 남은 것은 달랑 1,500만 원과 낡은 중고차 한 대가 전부였습니다.
평소 우러러보던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도저히 망했다는 말을 꺼낼 용기가 없어, 쫓기듯 일본 유학을 결심했던 때가 바로 2008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알량한 허세를 버리지 못했던 저는 ‘일본 지사장’이라는 그럴싸한 가짜 명함을 파서 지인들에게 보란 듯이 돌리고는 한국을 떴습니다.
일본에 도착해 어학교를 등록하고 기숙사 방을 구하고 나니, 수중에는 900만 원 정도가 남았습니다.
저는 그 길로 스키장에서 가장 가까운 하얏트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열흘 동안 남은 돈을 미련 없이 신나게 탕진하며, 스스로를 완벽한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당장 먹을 밥값 정도만 남긴 채 지갑 속의 돈을 남김없이 비워내고 나서야,
비로소 제 어깨를 짓누르던 그 무겁고 부질없는 허세도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 바닥을 치고 나서야, 저는 드디어 주변 일본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기꺼이 고개를 숙이고 이력서를 내밀 수 있었습니다.
서툰 일본어 탓에 주방 구석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그때 제 마음과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날아갈 듯 가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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